|
논구술 Keyword 및 주요 발췌문(교육, 지식)
2008.12.29
출처 : 관리자 조회수 : 3620
|
|---|
교육, 지식 관련
논구술 Keyword 및 주요 발췌문
논구술 채점관은
분명한 논지와 시각으로
Keyword를 사용한 말과 글에 호감을 갖습니다.
정리된 생각과 독창적인 자기 표현으로
고득점의 결과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01 계보학(系譜學, genealogy)
- 특수한 징후들을 만들어 내는 힘들에 대한 연구
- 한 시대의 어떤 담론의 형성과 시대의 변화에 따른 담론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들 가운데 특히 권력의 작동에 초점을 맞추어 담론을 권력의 차원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방법
- 계보학은 무수히 많은 출발점들에 대한 연구에 착수한다. 계보학은 흩어져 사라진 것의 피안에 있는 기원이라 불리는 거대한 연속성을 찾아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처음부터 정해진 형태가 모든 시간의 흐름을 관통해서 작동한다고 생각하는 기원의 망상을 깨고자 한다. 진화론적인 설명 방식을 거부하는 계보학이 주목하는 것은 우연적 요인들로 취급된 미세한 일탈들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는 부동의 구조로 자리잡고 있던 것을 해체하고, 동질적인 것으로 생각했던 것의 이질성을 드러내며, 통일적인 것으로 생각했던 것의 이질성을 드러내며, 통일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것을 조각낸다.
- 김기봉, 『‘역사란 무엇인가’를 넘어서』 중에서
- 결국 계보학의 의의는 지금까지 배제되어온 역사적 사실을 재평가하게 하고, 절대적인 진실이라고 간주되어온 가치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한다는 점이다.
- 김원, 『여공 1970』 중에서
02 공중지식인 소멸론
- 대학 교수들의 전문화가 활력 넘치는 공중 문화를 좀먹고 있으며, 전문적인 삶과 생각은 번창하고 있지만 보다 큰 문화는 쇠퇴의 길을 걷고 있음.
- 전통적인 생각을 하는 대학 교수들이 자유로운 지식인을 내몰고 있다. 대학 사회의 위계 질서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모험적이 사상가들을 억압한다. 과거에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조소를 받던 대학 교수들이 이젠 새로운 직위와 많은 봉급을 받고 있다. 그 누구라도 대학 교수나 되어 볼까 하고 대학원을 기웃거리는 부잣집 자식들의 숫자가 얼마나 많은가를 알면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미국 역사에서 1950년대는 공적인 지식인이 퇴조한 시기였다. 대학 교수가 된 새로운 지식인들은 지식의 공중 적합성을 거부하고 심지어 비난했다. 대학 교수들이 지식의 전문화를 추구함에 따라 그들의 삶과 인생관도 바뀌어 버렸다. 무엇보다도 그들의 언어가 바뀌어 버렸다. 그들은 명쾌하고 일반 사람들도 읽을 수 있게끔 글을 쓰는 걸 거부했다. …… 미국의 공중 철학은 존 듀이에서 끝나 버렸다. 젊은 철학 교수들은 이제 더 이상 공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글을 쓰지 않는다.
그들의 관심도 이제 더 이상 역사, 도덕, 공공적 이슈들이 아니다. 그들은 아주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문제에만 매달려 그들의 동료들만을 대상으로 글을 쓰고 있다. 그렇게 전문화가 되면 교수들은 사인화(私人化)되어 버리고 만다. 그들은 더 이상 공인이 아니다.
- 러셀 야코비, 『마지막 지식인』 중에서
- 당신은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당신은 보스나 권위 있는 인물의 승인을 필요로 한다. 당신은 균형 잡히고, 객관적이고, 온건하다는 평판을 얻기를 바란다. 당신의 희망은 …… 그래서 책임 있는 주류 대열 안에 남는 것이다.
- 에드워드 사이드, 『지식인들의 재현』 중에서
03 담론(談論, discourse)
- 권력 효과를 갖는 말과 글을 의미함.
- 지식과 말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이 말이라는 것도 철저하게 힘의 관계에 의해 지배되는 것이다. 힘깨나 쓰는 사람의 말이 힘없는 사람의 말보다 무게가 있을 것이라는 것도 상식적인 얘기다. 이렇게 힘(파워)이 실린 말을 영어로는 ‘디스코스(discourse)’라고 하고 한자어로는 ‘담론(談論)’이라고 주로 번역해 사용하는데, 담론이라는 단어에는 힘이란 개념이 내포되지 않아 부적합한 일본어식 번역이라고 생각된다. 디스코스는 ‘힘을 실은 말’이라고 번역했을 때에 원래의 의미가 살아난다.
- 조흡, 「힘, 몸, 그리고 성 : 미셸 푸코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중에서
04 도식(圖式, schema)
- 기억 속에서 정보들을 저장하면서 쓰이는 개념, 생각, 믿음들로 이루어진 추상적 체계들을 의미함.
- 단순히 ‘생각’만 하는 것이 태도 변화까지 일으킬 수 있는 것은, 그 생각이 스키마를 통해 빈 곳을 메워 신념을 변화시키고 그것이 태도 변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좋은 점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 ‘좋은 사람’이라는 스키마에 연결된 나머지 정보가 현재 없는 부족한 정보를 메우게 되고 호의적인 태도를 형성하게 된다.
- 김영석, 『설득커뮤니케이션』 중에서
05 도식주의(圖式主義)
- 모든 사물을 이미 이루어진 틀이나 공식에 맞추어 조금도 바꾸지 않고 곧이곧대로 다루려는 경향을 의미함.
- 글쓰기에서의 도식주의는 진부한 느낌을 주고, 큰 것을 앞세워 작은 것을 희생시킴. 도식과 도식주의를 의심해 보면서 신선미와 구체성을 추구하려는 태도가 필요함.
- 대중소설이 갖는 도식성은, 독자가 현재 관심사와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수용적인 태도로 편하게 읽게 해주는 요소이다.
대중소설을 읽는 경우에 작동하는 것은 소위 공리주의적인 쾌락 계산법인데, 지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크게 노고를 기울이지 않을 때 산출되는 즐거움이 큰 법이므로, 대중소설의 사건이나 등장인물들은 스테레오타입인 경우가 많다.
- 김혜련, 『아름다운 가짜, 대중문화와 센티멘털리즘』 중에서
06 두 문화
- 인문, 사회과학을 전공한 사람들과 자연과학을 전공한 사람들 사이의 괴리와 상호 몰이해, 의사소통의 단절 등이 현대 서구 문명의 중대한 장애물이자 심각한 위협임.
- 전 서구 사회의 지적 생활은 갈수록 두 개의 극단적인 그룹으로 갈라지고 있다. 한쪽 극에는 문학적 지식인이 그리고 다른 한쪽 극에는 과학자, 특히 그 대표적 인물로 물리학자가 있다. 그리고 이 양자 사이는 몰이해, 때로는(특히 젊은이들 사이에는) 적의와 혐오로 틈이 크게 갈라지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한 것은 도무지 서로를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상하게도 그들은 서로 상대방에 대해서 왜곡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들의 태도는 아주 딴판인데 심지어 정서적인 차원에서도 별반 공통점을 찾을 수가 없다.
- C. P. 스노우, 『두 문화』 중에서
- 고등학교 때부터 문과와 이과로 나뉘는 교육 과정, 이른바 ‘문돌이’ ‘공돌이’라는 비속어 속에서 나타나는 젊은이들의 상호간 적의와 혐오, 과학기술적 배경과 연구개발의 경험이 거의 없는 비전문가들에 의해 추진되는 과학기술 정책 등, 도리어 우리 사회야말로 ‘두 문화’ 간의 괴리와 그로 인한 폐해가 가장 심각한 양상을 보이는 곳이 아닌가 싶다.
- 최성우, 「제3의 문화와 과학기술 : 문화로서의 과학」 중에서
- 우리나라에서 두 문화 현상이 두드러진 이유 중에는 압축적인 근대화와 경제개발 과정을 거치면서 과학기술이 지나치게 도구적으로 인식됐고, 그에 따라 다른 학문 분야나 사회문화와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만 추동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더구나 근대화 과정이 독재정권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다른 사회적 가치나 문화적 관점이 개입할 만한 여지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 김동광, 「화학, 사회학과 악수하다」 중에서
07 무용지식(無用知識, obsoledge : obsolete+knowledge)
- 낡아서 쓸모가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위험을 낳기도 하는 진부한 지식을 말함.
- 플라톤의 『공화국』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 지식을 담고 있는가/ 공자나 칸트의 사상은 어떤가/ 물론 이들의 사상은 지혜라고 말할 수 있다. 이들 작가나 철학자들의 지혜는 그들이 아는 사실, 즉 그들이 가진 지식에 근거했다. 그러나 그들이 알고 있던 대부분은 사실상 거짓이었다.
거의 2000년 동안 자신의 사상으로 유럽 전역을 좌지우지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뱀장어가 무성생식 동물이며 강바닥 진흙 속에서 뱀과 짝짓기하여 나왔다고 믿었다.
디지털 데이터베이스건, 두뇌 속이건, 지식이 저장된 곳은 어디나 무용지식으로 가득 차 있다. 흡사 필요없는 물건으로 가득 차 있는 에밀리 아줌마네 다락방 같다.
변화가 더욱 빨라지면서 지식이 무용지식으로 바뀌는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 끊임없이 지식을 갱신하지 않는 한 직장 생활을 통해 쌓은 경력의 가치도 줄어들고 만다. 어떤 데이터베이스를 완성할 때쯤이면 그것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되고 만다. …… 결과적으로 오늘날 기업과 정부, 개인은 알게 모르게 전보다 더 쓸모없어진 지식, 즉 변화로 인해 이미 거짓이 되어버린 생각이나 가정을 근거로 매일 의사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 앨빈 토플러/하이디 토플러, 『부의 미래』 중에서
08 문과/이과 구분 폐지론
- 중등 교육보다 더 심각한 것은 대학 교육에서의 문/이과 단절임.
- 현대에 필요한 창의적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문/이과를 넘나드는 다양한 전공을 제공해야 함.
- 현장에서 일하는 엔지니어에게 질문해보면 현장에서 꼭 필요한 지식은 수학이나 공학의 내용보다 다른 연구자들과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능력, 효과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능력, 직업적이고 윤리적인 책임을 이해하는 능력, 직업적이고 윤리적인 책임을 이해하는 능력, 엔지니어들의 해답이 더 국제사회적 콘텍스트에 주는 효과를 이해하는 능력으로 나타난다.
한국의 대학에서 공학 교육이 이러한 능력을 키워주지 못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나. 대학의 공학 교육은 ‘공학기술과 사회’ ‘기술과 역사’ ‘기술윤리’ ‘의사소통과 팀워크’를 더 키우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그런데 교육을 담당하는 공대의 교수 대부분은 학생들이 취직했을 때 당장 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전문지식을 더 많이 가르치는 쪽으로 공학 교육을 바꾸기를 희망한다. 기업도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대학 졸업생들을 배출해 달라고 대학에 요구한다. 그런데 요즘 기술 변화의 사이클이 7년 정도임을 감안하면, 기업의 요구는 7년간 일을 시키고 해고할 수 있는 사람을 보내달라는 요구에 다름이 아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그렇다 해도, 대학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기업의 논리를 똑같이 반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 홍성욱, 「‘동도서기론’의 한계」 중에서
09 에피스테메(episteme)
- 지식을 뜻하는 그리스어이지만, 어떤 특정한 시대의 문화를 규정하는 심층적인 규칙의 체계를 말하기 위해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쓴 용어
- 한 시대에 완전히 이치에 맞고 훌륭하기만 했던 이론이 왜 다른 시대에서는 말도 안 되고 웃기기만 할까/ 그것은 그 시대의 에피스테메와 우리 시대의 에피스테메가 다르기 때문이다. …… 1950~1960년대 같았으면 가난의 상징이었을 찢어진 청바지가 왜 지금은 가장 멋스러운 젊은이의 옷차림으로 여겨지는가/ 그것은 그 시대와 지금의 에피스테메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패션의 흐름 속에서 한 스타일이 유행하면 온 젊은이들이 모두 똑같은 차림을 하듯이 정신적인 차원에서도 하나의 에피스테메가 한 사회의 밑바닥을 관류하고 있다.
- 박정자, 「역자 후기」, 『미셸 푸코』 중에서
10 인문학 위기론
- 우리 인문학의 위기는 밖에서 찾아든 것이 아니라 안에서 싹튼 면이 적지 않다. 올해 상반기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50위 안에 인문학자가 쓴 책은 한 권도 없다. 미국/유럽/일본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역사학자/문학이론가/철학자/종교학자들 책이 수시로 오른다.
요즘 우리 대학에선 글쓰기 교육이 실종되면서 자기 생각을 글로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는 인문학자들이 적지 않다. 인문학이 되살아나려면 대학 안에서 글쓰기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 「인문학의 부흥은 제대로 된 글쓰기부터(사설)」, 『조선일보』 중에서
- 인문학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은 서로 모순되는 논거를 동시에 취한다. 학문이 시장 원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돈벌이와 관련된 학문만 해서는 안 된다는) 명제와, 인문학이야말로 시장 친화적이라는(인문학이 제대로 돼야 돈이 벌린다는) 명제다. 최근에도 이런 모순되는 말이 한 인문학 교수 입에서 나오는 걸 듣고는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논리학은 인문학이 아닌 모양이다.
- 고종석, 「인문학의 위기/」 중에서
- 모든 학부모와 학생들이 지옥과도 같은 입시에 허덕이고, 학벌체계에 희생되어도 소위 이 나라 최고 대학의 인문학자들이 그런 병을 고치기 위해 나섰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BK21(Brain Korea 21)을 비롯한 정부의 각종 지원금과 연구비를 거의 독식하는 명문대학이 지방대학이나 다른 군소대학의 절박함에 대해서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는다. 영세한 출판사의 각고의 노력을 판매에서부터 원천적 불이익을 가하는 거대 출판사가 인문학 도서 출판에 정부 지원을 촉구하는 위기 선언 어디에 진정함이 배어 있는가.
- 신승환, 「‘울림’ 없는 인문학 위기선언」 중에서
11 전문가주의(professionalism)
- 전문직의 실력과 권위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그 권위가 부당하게 권력화하는 것을 비판하는 의미임.
- 현대사회의 거의 모든 문제는 복합적이며, 각종 담론들의 종합을 통해서만 제대로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학자들의 논의는 결국 자신의 전공을 강조하는 행위로 빗나간다.
- 이정우, 『인간의 얼굴』 중에서
12 지식사회학(知識社會學, sociology of knowledge)
- 그간 옳다고 믿어 왔거나 그렇게 강요된 관념과 지식 체계들을 일단 의심하는 데카르트적 회의에서 출발해 지식의 근원과 지식 생산자의 존재 구속성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학문
- 따라서 이제 이데올로기에 대한 연구와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이른바 은폐된 허위의식의 폭로나 이것의 파괴 또는 해체가 아니라 모든 인간의식과 사고의 존재 구속성을 실제적이고, 역사적이며 이론적인, 또는 사회학적인 체계적 연구와 논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까지 특수한 이데올로기 개념과 허위의식 및 이것의 폭로에 지향되어 있던 이데올로기 비판은 이제 총체적인 이데올로기에 대한 보편타당하고 가치중립적인 연구와 논의에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바로 지식사회학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 김덕영, 『논쟁의 역사를 통해 본 사회학』 중에서
13 지식의 물매(Gradient of Knowledge)
-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지식이 국력의 물매(지붕이나 낟가리 따위의 비탈진 정도)에 따라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유통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는 개념
- 중심부의 지식들은 거세게 주변부로 몰려온다. 그런 상황에선 창조적 작업이 무척 어렵다. 필요한 정보들을 얻기 어려운데다가 재발견의 위험도 크므로, 중심부의 작업들을 수용하거나 아예 중심부에 가서 작업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게다가 그런 사정은 주변부 사회가 자신의 준거 틀을 지니는 것을 막는다. 자연히 주변부 사회는 사물에 대해서 독자적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중심부에 먼저 조회하고 그곳의 기준을 얻어서 평가한다. 어쩌다 창조적 작업이 나오더라도 선뜻 인정받지 못한다. 그것을 평가할 만한 사람들이 적은데다가 평가자들도 평가에 필요한 정보들을 얻기가 워낙 어렵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평가자들은 자신의 무지가 드러나는 것을 겁내게 되어, 처음 보는 작업들을 아예 외면하거나 비현실적으로 높은 수준을 평가기준으로 내놓는다. 우리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 창조적 작업이 외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흔한 것은 그런 사정 때문이다.
- 복거일, 「주변부의 경제학」 중에서
- 서구의 이론이 서구의 문화적/사회적 산물이고 또한 서구 사회와 문화를 그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데서 한국의 학문이나 이론이 한국적 산물이어야 하고 따라서 서구와는 다른 한국적 인식틀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한국이 현재 처해 있는 정치적/지적 상황에 대한 간과 내지 무시에서 나오는 것이다.
한국의 학문은 우너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서구의 제국주의적 팽창의 결과이며 한국의 교육과 학문은 서구의 지적 체계 아래 종속되어 있다. 따라서 한국의 주체적 학문을 구성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이러한 서구의 지배에 눈을 감아버리겠다는 진술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실상 주체적 학문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의 논의를 살펴보면 그들이 말하는 주체적 이론이란 서구의 현대 이론이 이미 극복해버린 서구의 과거 이론틀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서구의 배움을 역이용하여 서구의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체제에 저항하고 서구의 민족 구성의 방식을 흉내내고 변용시키면서 제3세계의 저항적 민족 공동체의 형성을 이끄는 것이 서구의 배움을 받은 피식민지 지식인들의 몫이었듯이 한국의 진보적 지식인들은 서구의 이론이 형성하는 이론적/이데올로기적 싸움의 - 그 싸움이 가시화되든 은폐되든 간에 - 장에 진입하여 저항의 작업을 하며 동시에 한국 사회 내의 지배적 체제에 대한 저항의 작업 역시 수행해야 할 것이다. 서구의 교육을 역이용하는 것이 바로 서구의 배움을 받은 지식인의 몫이다.
- 고부응, 『초민족 시대의 민족 정체성』 중에서
14 지식인(知識人, intelligentsia)
- 장 폴 사르트르
지식인은 자기 일이 아닌 남의 일에 뛰어드는 자다.
- 레이몽 아롱
지식인이 할 일은 시민이자 의견 창출자로서 겸손하게 독립된 구경꾼으로 남는 것이다.
- 롤랑 바르트
지식인은 ‘사회의 소금’이 아니라 ‘사회의 찌꺼기’다.
- 움베르토 에코
나는 지식인은 모든 것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불행히도 요즘 미디어에 너무 퍼져 있는 생각에 반대합니다. 소크라테스는 그가 아는 것은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지식인은 이러한 인간 현실에 대하여 매우 명확히 의식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 좀 겸허하게 - ‘무지에 대한 권리’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임상우
지식인의 일차적 자격 조건은 비판이기 때문에 지식계에서 비판의 제기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한국의 지식계에서는 그 비판의 수위마저 조절되고 있다. 즉 이익 유대 공동체의 안위를 해칠 수 없다는 것이 상한선이다. 그 결과 현실적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는 도덕 군자적으로 이상화된 추상적 비판만이 횡행한다. …… 문제가 삐져나올 때는 전지가위로 정원수 다듬듯 위로 드러나는 부분만 살짝살짝 잘라주어야 한다. 뿌리와 줄기가 썩고 있는 것을 노출시켜서는 안 된다. 모두들 그 썩는 즙을 달게 핥아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책임 있는 사람들은 광고 문안같이 간결한 말의 유희로 문제의 핵심을 피해가고, 또한 광고 문안 같은 도발적 발언들은 광고 효과만큼 빠르게 대중 속으로 흡수되어 사라진다. 이제 이 사회에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우리’의 이익이 있을 뿐이다. 끼리끼리 뜯어 먹자판이다.
- 심지연
지식인들이 주도적으로 여론을 형성한 것은 정보가 제한된 이전 사회에서나 가능했던 역할이며 현재는 연구에 국한되는 단순히 하나의 사회적 직업인에 불과하다.
- 김종목/손제민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지식인’이란 명사를 동사로 만들었다. 지식인에게 묻는다는 것은 ‘지식iN’ 네트워크와 검색툴을 이용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지식은 붕어빵처럼 대량생산되는 복제품이 된 것이다.
15 통섭(統攝, consilience)
- 큰 줄기를 잡다, 서로 다른 것을 한데 묶어 새로운 것을 잡는다는 의미
-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통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범학문적 연구
- 윌슨이 ‘컨슬리언스’라는 말을 썼을 때에는 실제로는 대등한 통합이 아니라 인문학이 자연과학에 종속되는 일방향적 통합을 의미했다.
하지만 이 용어가 최재천 교수에 의해 번역되면서 원저자의 의도와 다른 방식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최재천 교수는 원효의 화쟁사상과 성리학, 최한기의 통섭 등을 거론하면서 ‘컨슬리언스’ 개념이 일반인으로 하여금 마치 동등하고 상호적이며 양방향적인 관점의 합일 수준인 양 오해하게 만들고 있다.
- 손제민, 「“통섭, 왜곡 번역됐다”…최종덕 교수 세미나서 지적」 중에서
| 다음글 | 2008학년도 『대학입학전형제도 개선방안』검토 |
| 이전글 | 2009학년도 정시 경쟁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