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현 | 고려대 수학과 합격생
1. 마음가짐과 태도
재수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정말 우울한 기분의 연속이었습니다. 저는 고3 때 수능을 정말 못 봤기 때문에 재수가 선택이 아닌 강제사항이었습니다. 저는 재수를 하겠다고 부모님께 말씀 드렸을 때에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서 재수를 시작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재수를 시작한다는 것은 한 번의 실패를 겪었다는 뜻이기 때문에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져 있었습니다. 성적이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하고 수업 중에 멍 때리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힘든 갈등을 겪고 내린 결론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즐기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로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매일 학원에 등교하여 책상에 앉으면 눈을 감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할 수 있다. 너는 반드시 원하는 대학에 간다.”
재수를 할 때 어중간한 마음가짐과 태도로 시작하면 얼마 못 가서 의지가 없어지고 중간에 포기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재수를 하면서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을 보면 주말에도 10시까지 남아서 자습을 하거나, 쉬는 시간에도 공부를 하는 등 존경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반면에 자주 지각을 하거나 공부를 할 때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불성실한 친구들은 결국 도중에 학원을 그만두고 나갔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시작할 때는 그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합니다.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힘든 재수생활을 이겨내는 의지와 태도가 필요합니다. 저는 사실 학원 다니는 중간에 학원을 끊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학원을 관두면 규칙적인 생활패턴이 무너질까봐 끊지 않았습니다. 수능을 보고 나니까 학원을 계속 다닌 것이 재수생활 중에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한 번 생활 리듬이 깨지면 다시 복구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이겨 내야할 대상이기 때
2. 공부
재수를 하는 사람들은 고3때 먼저 입시공부를 해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요령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공부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것은 기본 바탕이 충실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공부하는 내용에 대한 기본 개념과 그것을 숙지한 후에 문제풀이가 이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물리1를 선택했는데, 고3때 물리 공부를 제대로 안 해서 재수할 때 선생님께서 주신 문제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문제 풀 때마다 틀리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6월 달쯤에서야 나중에 혼자 개념 공부를 하고 나서야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있었습니다.
문제를 풀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기출문제입니다. 그런데 고3 때 기출문제를 너무 많이 풀어서, 지겨워서 다른 문제를 많이 푸는 학생들이 많은데 지겹더라도 반복해서 봐야합니다. 그러면 처음에는 이해 못 했던 부분이 이해가 되고, 그 문제를 변형해서 나오는 심화 문제도 풀 수 있습니다. 저는 사실 반복학습을 지겨워해서 기출문제를 여러 번 보지는 않았어도 2~3번은 보았습니다. 그래서 수능 문제를 풀 때, 풀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 제가 기출문제를 충분히 보지 않은 점입니다. 그리고 재수를 하면서 6,9모평 문제도 꼭 꼼꼼히 풀어야 합니다. 제가 수능을 보면서 느꼈던 점은 6,9모평 변형 문제가 정말 많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공부를 할 때에는 항상 겸손한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공부를 하다보면 성적이 잘 나올 때가 있는 데, 그런 때일수록 자만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성적이 가끔씩 잘 나올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 ‘이 정도만 하면 되겠구나.’ 라고 생각하면 그 다음 시험은 성적이 바로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항상 공부가 더 잘 될수록 거기서 멈추지 말고 계속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주변 사람들
재수를 하다보면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 데, 저 같은 경우는 주변사람들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특히 아버지께서 재수에 대한 반대가 심하셨기 때문에 그것을 견뎌내는 것이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3월 서울시교육청 성적표를 받은 후 아버지께 두 달 동안 공부한 내용과 저의 간절함을 편지에 담아 드렸습니다. 그 후 아버지는 묵묵히 저를 지켜봐 주셨습니다. 그리고 가족들뿐만 아니라 같이 생활하는 친구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수도 있습니다. 재수하는 시기는 정말 사람이 극도로 예민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친구들이 지나가는 발소리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그럴 때 마다 저는 ‘나도 그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이해를 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흘러 이렇게 수능을 보고 수기를 쓰고 있습니다. 너무 힘들어하지 마시고 언젠가 재수생활은 끝나기 때문에 힘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